여느 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백두대간행 버스에 올랐다. 설렘도 잠시 간밤에 잠을 설친 탓일까? 이내 졸음이 밀려온다. 비몽사몽 잠결에 헤매고 있을 무렵 버스는 이번 산행의 출발점인 경북 문경 이화령 고갯마루에 다다랐다. 이화령은 해발 548m 3번 국도가 지나는 곳으로 소백산맥의 갈미봉과 조령산 사이에 있으며 이곳을 넘어서면 충북 괴산군이 나온다.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의 제31차 산행은 지난 16일 이화령을 출발해 조령산과 조령 3관문을 거쳐 고사리까지 10.96㎞(접속구간 포함)로 박광호 등반대장을 비롯해 31명이 참석했다. '자연 사랑·기업 사랑·나라 사랑' 기치 아래 지난 2008년 4월 19일 이른 새벽 강원도 속초시 설악 해맞이 공원에서 백두대간 대장정 첫발을 디딘 S&T그룹 백두대간 종주가 만 3년을 맞는 시점이어서 이번 31차 산행은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장쾌한 설악의 준봉을 넘나들며 동료애를 키웠고,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훼손된 현장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했던 산행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간단한 맨손체조와 힘찬 구호를 외치며 종주팀은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 운무가 끼여 시야가 다소 흐렸지만 날씨는 정말 좋았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10여 분 올랐을까? 재킷을 벗는 대원의 모습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8시 50분께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조령샘에 당도했다. 동료가 건네주는 샘물은 감로수처럼 시원하고 달콤했다. 샘물 한잔으로 땀을 훔치며 쉬고 있는데 <조령샘에서 목을 축이는 길손이시여>라는 제목으로 쓰인 표지판에 '사랑 하나 풀어 던진 샘물에는 바람으로 일렁이는 그대 넋두리가 한 가닥 그리움으로 솟아나고(중략), 우리는 한 모금의 샘물에서 여유로운 벗이 산임을 인식합시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조령샘을 뒤로하고 종주팀은 잣나무 숲이 울창한 급경사 길을 따라 구간 최고봉인 조령산(1026m)으로 방향을 잡았다. 가쁜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산행 시작 1시간 30분 만에 조령산 정상에 올랐다. 탁 트인 조망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와 상쾌했다. 정상에는 표지석과 함께 나무로 만든 흰색 추모 팻말이 서 있다. 우리나라 여성 산악인 가운데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고 지현옥 씨를 추모하고자 동료 산악인이 세운 것이다. 고 지현옥 씨는 지난 1999년 안나푸르나에 올랐다가 하산 중 실종됐다.

정상에 오른 여유로움을 마음껏 즐기며 다음 봉우리인 신선암봉으로 길을 잡았다. 가파른 암벽과 암릉이 계속되는 구간으로 안전사고가 잦은 곳이다. 잔뜩 긴장한 탓인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 구간에 설치된 로프 숫자가 몇 개쯤 될까. 이곳에 다녀간 사람마다 그 숫자는 다르다. 60개, 50개, 30개 등 다양하다. 아무튼, 로프가 정말 많다. 로프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통과하기가 불가능하다. 한 대원은 군대 시절 유격훈련보다 더 힘든 구간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신선암봉(937m) 근처 암릉구간은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양쪽으로 낭떠러지가 있어 이곳을 지날 때는 반드시 로프를 잡고 건너야 한다. 특히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위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고 곧장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

신선암봉을 지나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비교적 여유 있게 산행 시간을 잡은 탓에 모든 것이 여유로웠다. 4월의 따스한 햇볕도 만끽하고 운무 때문에 다소 전망은 좋지 않았지만 탁 트인 조망이 압권이었다. 치마바위봉 못 미쳐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조령 3관문으로 향하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 나온다. 수없이 암벽과 암릉을 오르내린 탓에 무릎과 발목 관절이 시원치 않다. 그래도 20분 남짓이면 하산한다는 생각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 마침내 조령 3관문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고사리에 도착했다. 전체 산행시간은 6시간 조금 더 걸렸다. 그러나 당초 예상시간보다 1시간 이상 빨랐다. 시원한 하산주 한잔에 산행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며 햇볕 좋은 어느 봄날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만들었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선배 대원 배려로 무사히 신고식"

                                                                                                       S&T 중공업 오창렬

입사한 지 보름째, 첫 만남이란 항상 설레고, 긴장된다.

백두대간 이화령 표지석 앞에서 등반대장님의 구호에 맞춰 체조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산행코스의 특성과 주의사항을 전달받았다. 농담 한마디를 던져 머쓱한 초보자에게 어색함을 없애주신다. 오늘 산행은 험난한 코스라는데 중간에 퍼지지는 말아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사장님의 덕담과 안전 산행을 기원하며 "S&T중공업! We can do it! 파이팅!" 외치고 기분 좋게 출발한다.

들머리 이화령을 지나 조령샘을 거쳐 조령산 정상까지는 그나마 무난한 산행길이다. 배낭을 풀고, 목을 축이며 바라보는 시원한 조망이 가슴 설레게 한다. 초보의 분위기 어색함을 느끼고 사장님이 대원에게 인사를 시켜주신다.

겨울 흔적은 다 지나가고, 스치는 봄바람, 뻥 뚫린 조망, 앞으로 울룩불룩 근육 같은 바위산이 펼쳐진다. 조령산에서부터 신선암봉을 거쳐 조령 3관문까지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곳이 정말 많다. 군대에서도 몇 번 안타 본 로프를 실컷 즐긴다.

신선이 노닐다 갈 법한 신선암봉 아래 전망 좋은 곳에서 충청과 영남의 공기가 섞인 봄바람이 볼을 스치는 여유로움을 즐기며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겸손한 선배 대원님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험난한 산행구간을 세심한 배려로 무사히 잘 마친 것에 감사하며, 끝내고 한 잔씩 건네는 동동주에 하루의 피로를 씻고 복귀한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더 많은 동료와 정상 기쁨 느끼고파"

                                                                         S&T 중공업 최병일

백두대간 대장정을 하면서 많은 산에 다녔지만 조령산은 고향 옆에 있는 산이라 그런지 이때까지 갔던 산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새벽 5시에 회사에서 출발해 8시쯤에 이화령에 도착하였다. 처음에는 완만한 능선길이라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산행 중간에 진달래며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란 꽃이 간혹 눈에 띄었다. 일주일 정도만 뒤에 왔어도 활짝 피운 꽃이 많이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정상을 향해갔다.

조령샘에서 약수를 마시고 나니 기분도 상쾌해지며 좋았고 금방 정상에 도착한 것 같았다. 정상에서 바라본 한쪽으로 문경새재가 보이고 다른 방향으론 수안보 경치가 보였는데 운무가 살짝 끼어 있어 시야 조망권이 좋질 않아 조금 아쉬웠다.

동료와 막걸리도 건네고 간식도 나누어 먹으면서 등산을 하니 피로가 가시는 것 같았다.

암벽 암릉 구간에서 올라갈 때는 조금 힘이 들었지만 내려갈 때는 동료와 서로 도와가며 합심해 덜 힘들게 내려갈 수 있었다. 많은 동료와 이때의 기분을 함께 느끼지 못한 아쉬움에 다음 산행에는 더 많은 동료와 함께 산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